스텔스기까지 잡는다! “현대전의 눈, 레이더가 진화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1일 중부전선에 배치된 조기경보 레이더 슈퍼 그린파인에 갑자기 북한이 동해안에서 쏜 단거리 발사체가 잡혔다.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네 발의 발사체는 북동 방향으로 130~150㎞를 비행한 뒤 함경도 해안 인근 북 영해상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궤적 분석 등을 통해 이들 발사체가 최대 사거리 180㎞에 달하는 신형 300㎜ 대구경 방사포(다연장로켓) KN-09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북한은 그 뒤 2월 27일, 3월 3일에도 잇따라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했고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가 모두 잡아냈다. 종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사전에 징후가 포착됐었지만 북한은 이번에 사전징후도 거의 없이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군 소식통은 “이번에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가 없었으면 북한의 신형 방사포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즉각 탐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현대전의 ‘눈’인 레이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그린파인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스라엘제 레이더로 최대 탐지거리는 900㎞에 달한다.

북한의 대포동 2호와 은하 3호 등 장거리 미사일·로켓의 발사를 우리가 신속하게 파악했던 것도 세종대왕함 등 이지스함에 장착된 AN/SPY-1D 위상배열 레이더 덕택이다. SPY-1D 레이더는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적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세종대왕함이 배치되기 전에 북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는 우리 군은 일본보다 탐지 속도나 정확도가 떨어져 질타를 받곤 했다. 하지만 세종대왕함이 등장한 뒤엔 우리가 일본보다 빨리 북 장거리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각종 무기 체계의 발달에 맞춰 이들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레이더 기술도 창과 방패의 관계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 전투기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스텔스기를 찾아내는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개발에 주요 군사강국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텔스는 기본적으로 상대방 레이더가 쏜 전파를 발신지로 반사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항공기 형태를 레이더 전파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도록 디자인하고 항공기 재질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 전파의 반사율을 크게 낮춘다. 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페인트(도료)를 기체 표면에 칠하기도 한다.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는 이런 스텔스 기술의 빈틈을 찾아 ‘투명 무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은 서너 가지가 있다. 우선 수동형(패시브) 레이더다. 보통 레이더는 전파를 항공기 등 목표물을 향해 쏜 뒤 목표물에서 튕겨져 나온 반사파로 목표물을 탐지하는 능동형 방식이다. 스텔스기는 이 방식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목표물에서 내는 전파를 탐지해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스텔스기가 전파를 송신할 때만 탐지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스텔스기가 통신신호 등 불가피하게 전파를 쏟아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체코슬로바키아가 개발한 ‘타마라’가 대표적인 1세대 수동형 레이더다. 체코는 이를 유고슬라비아와 이라크, 러시아 등에 수출했고, 코소보 사태 때 미국의 스텔스기 F-117이 처음으로 격추된 데엔 이 타마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체코는 타마라를 개량한 ‘베라’도 개발했다. 베라는 스텔스기에서 나오는 통신신호 등의 전자파를 수집, 3차원 측량을 통해 목표를 추적한다. 스텔스기 최대 탐지거리는 519㎞에 달하고, 최대 2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은 이라크에서 타마라 레이더를 입수해 ‘중국판 베라’ 레이더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판 베라 레이더는 최대 500㎞ 떨어져 있는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중국판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HQ-9 대공미사일에서도 베라와 비슷한 YLC-20 수동형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중국의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러시아는 수동형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를 실전배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러시아는 앞으로 3년간 35억루블을 투자해 ‘모스크바-1’로 불리는 레이더 45대를 오는 2016년까지 배치키로 했다. 모스크바-1은 최대 400㎞ 떨어진 스텔스기 9대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존 레이더보다 파장이 긴 저주파(VHF/UHF) 레이더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레이더의 파장은 1~2m 정도다. 송신기와 수신기를 분리해 탐지하는 방식, 다양한 대역의 레이더를 함께 운용해 찾아내는 방식도 있다. 러시아는 VHF 대역, L 대역, X 대역 등 3개 대역의 레이더를 연동해 스텔스기를 잡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대 중반까지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를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다. 공군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군에서 2011년 7월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관련 소요(所要) 요청을 했고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11월에 장기 소요로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서 국산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를 개발 중인데 이 레이더를 국내 연구개발로 도입할지 혹은 해외 구매로 할지는 앞으로 국내 기술력을 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에서 “전문가들은 4~5년 내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가 개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도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개발에 나섰다. 일본은 올들어 차량에 탑재해 일본 각지에서 수시로 가동할 수 있는 이동형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를 위해 2014년도 예산안에 37억엔(약 400억원)을 배정했다. 일본 도쿄신문은 “당분간 중국 영공에 가까운 남서제도의 오키나와(沖繩)현과 미야코지마(宮古島) 등에 있는 기존 레이더 기지를 보강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방위성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이 한반도로 출동할 때마다 공포에 떠는 북한도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저주파, 수동형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를 시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